요즘 목과 허리가 안 아프다. 이제는 살 것 같다. 클라이밍을 시도해 본 것은 2024년의 가장 좋은 시도였다.
이젠 운동하지 않으면 단명할 것만 같아
나는 고등학생 때, 발목 골절이란 큰 부상을 입었었다. 클라이밍을 하다가 다친 건 아니고, 물구나무 서다가 착지를 잘못해서 8개월 간 발 끝부터 허벅지 끝까지 통깁스를 했었다.
통깁스를 하면서 체중은 7kg이상 감소했고, 깁스를 풀었을 땐 짝다리에 절름발이였다. 그래도 그땐 어려서 그랬는지, 다리 저는 것만 빼면 회복 속도가 나쁘진 않았다.
다리를 저는 것의 원인은 깁스가 무거워서 골반이 틀어진 것 때문이었는데, 이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내 몸을 조금씩 망가뜨렸다. 그 결과 이립의 나이에 목디스크, 일자목 증후군, 어깨충돌증후군 등 근골격계질환 종합 선물 세트를 갖게 되었다.
목이 뻐근해서 젖히면 종종 비명횡사할 것 같은 고통이 들었고, 가만히 서있으면, 왼쪽 고관절에 뭔가가 찝히는 느낌이 들면서 쑤시고, 엄청 뻐근했다. 이대로는 60 전에 인생 강제 종료를 당할 것 같았다.
살기 위해 해본 운동
이제는 헤어진 전여친이 내 뻣뻣한 몸을 걱정해서, 이런 저런 운동을 시켰다. 요가, 자전거, 수영, 러닝 등이 있었다. 생일 선물로 커다란 철봉을 사줬는데, 그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하는 건 러닝과 철봉 뿐인 듯. 이 마저도 클라이밍에 도움이 되어서 꾸준히 하는 느낌.
헬스와 필라테스도 해봤는데, 잘 맞지 않았다. 헬스는 확실히 안 맞았고, 필라테스는 강사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처음 강사님이 좋은 분이셨어서 몸이 빨리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던 중에 금방 이직해버리셨다. 이후 비교적 미숙한 분이 담당하게 되었는데, 시퀀스나 티칭 등 수업 진행에 아쉬움이 많았다. 다음에 다시 필라테스를 하게 된다면, 재활 전문인 필라테스 센터로 다닐 것 같다.
오기와 성장하는 재미로 꾸준히 하게 된 클라이밍
러닝은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유지가 정말 어려웠다. 사실 클라이밍 실력향상에 별 도움이 안 되었다면, 진즉 그만두었을 운동이다. 그만큼 클라이밍을 진심으로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클라이밍의 시작도 다르지 않았다. 만성적 근골격계질환을 조금이라도 늦춰보고자 시작했다. 작년 3월 중순 피커스 구로에서 체험강습을 들은 후, 4월 첫 주부터 지금까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최소 1회의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내게 운동이란 "생존을 위해 하던 최소한의 행위" 정도였는데, 돌이켜보면 클라이밍을 어떻게 계속 했지 싶다.
나는 유년 시절부터 운동과 담쌓고 살던 사람이었다. 회상해보면 땅파고 놀거나, 여자아이들과 소꿉놀이 하기 바빴지, 정글짐 근처에는 잘 가지 않았다. 클라이밍을 못하는 건 당연했다.
난 첫 체험강습을 들은 날, 초록 문제 탑에서 추락했다. 보통 남성들은 첫 날에 최소 초록은 완등한다. 파랑까지 완등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다. 나는 노랑 완등하고, 초록에서 추락했으니 아주 형편없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안전하게 운동하고 돌아오자"라는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전력을 다해서 시도했던 경험과 결과에 대한 아쉬움이 나를 다시 암장으로 이끌었다.
위 영상은 4월 마지막 주이니, 아마 클라이밍 4~6회차 쯤일 거다. 이 날 파랑 문제도 한 문제 겨우 겨우 완등했는데, 노랑도 정신 못차리는 모습이다😂 파랑 어떻게 풀었냐...
아무튼 모든 것이 극초반에는 빠르게 성장한다. 오기로 다시 왔다지만, 성장한 나를 발견하고, 그 성장하는 맛에 중독되어 계속 암장을 방문하게 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시나브로 몸과 신경이 좋아졌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잊지 말자
클라이밍은 익스트림 스포츠다. 자칫 잘못하면 큰 부상을 당하기 쉽다. 내가 약 9개월 정도 클라이밍을 하면서, 119호출을 세 번이나 목격했다. 반면, 3~4년을 하면서도 별 부상없이 높은 난이도까지 정복한 사람도 여럿 봤다. 자신에게 맞는 난이도를 선택해서 안전하게 등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요즘 드는 생각이다.
나는 근골격계질환을 지연, 완화시키는 "재활"이 목적인 사람이었다. 이 취지에 맞게 요즘은 오기를 내려놓고, 안전하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등반을 하고 있다. 만약 욕심(승부욕 등)을 조금 내려 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재활목적으로도 실내 암벽 등반을 시도해볼만 한 것 같다.
재활을 재밌게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클라이밍을 추천하고, 응원한다. 내겐 정말로 훌륭한 선택지였으니까.
조만간 요즘 수강 중인 클라이밍 강습에 대한 후기도 적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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