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LH가 지방 악성 미분양 매물 매입을 한다고 전해 들었다.
LH의 이런 행보는 "독사에 물린 손가락을 진즉 잘랐으면 해결되었을 걸, 손가락 살려보겠다고 이짓 저짓 다하다가 팔까지 잘라야할 판이 되었고, 여전히 같은 시술을 반복 중인 것"처럼 보인다.
대한민국의 건설업 규모가 상당히 크고, 이게 망가지면 GDP, 경제 등에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 사람 모두 알 거다. 그럼에도 팔 하나 지키자고 목숨을 버릴 셈인가 싶은 게 요즘 드는 생각이다.
내수용 건설업은 도려낼 시기
건설업으로 몽골 등의 국가에서 외화벌이 하는 경우는 오히려 좋다. 하지만 제조업 등으로 쌓은 국부를 부동산에 편중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대한민국의 GDP 대비 주택 담보 대출 비율은 세계 상위권인데, 이건 부동산 가격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해결 된다. 왜 건설업계가 잘못 투자(건설)한 걸, 혈세로 해결(매입)하려 하는가? 출산률 더 낮추려는 걸 의도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아주 올바른 정책이다.
투자에 따른 책임을 회사가 지게끔 해야, 회사도 리스크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다. 지금처럼 대신 갚아주는 건 장기적으로 결코 좋지 않다.
어떻게 도려낼 것인가
LH는 악성 미분양 매물을 분양가 혹은 평가액 대비 17% 싸게 사줄 게 아니라, "건설을 위해 필요했던 토지를 제외한 원재료비"정도로 매입해야 합리적이다. 설계, 건축 등의 인건비, 토지 소유자에게 지급되는 보상금 등은 건설사가 책임져야 할 리스크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얻을 수 없는 원재료라면 현 시세로 측정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액 대비 17% 싸게 사는 것은 그냥 인맥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걸, 업계사람이 아니라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납득하지 못한다. 애초에 기존 평가액 자체가 높다.
기존 평가액의 고저를 떠나, 공정성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왜 부동산 개발로 이득을 보면 회사가 독식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은 국가가 지는가? 그만큼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에 기여(대한민국에서 얻기 어려운 지원을 매입해왔다거나, 달러 확보)를 했는가? 부의 불평등 그 자체를 불공정한 사회라고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책임과 리스크, 결과에 대한 대가의 비율이 사람마다 상이한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불공정한 사회라고 느낀다. 지금이 딱 그렇다.
그 이후 조치
LH가 선한지 악한지를 떠나서, LH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정부 차원에서 움직여줘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이렇게 움직여줄 수 있는 정부에 표를 주고,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LH가 할 수 있는 일: 수도권 집중 지원을 최소화 해야 한다
출산률을 높이고 싶다면, 서울 집중 개발을 멈춰야하고 부동산 개발업에 지원을 최소화 해야 한다(해외 건설 프로젝트로 외화벌이를 해오는 구조가 아닌 한). 지원을 해주니, 대출도 더 많이 해주는 것이고, 거품이 더 빨리 커지는 거다.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시간이 길어지니, 자연스럽게 출산률 감소로 이어진다.
LH와 정부 차원에서 함께 해야하는 일: 2차 산업이 아닌 산업을 위해 비수도권 개발을 할 것
어차피 세계화 트랜드는 당분간 끝났다. 이 말은 제조업으로 이득보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는 얘기이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최저임금도 급격히 올라서,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 군수를 제외한 제조업은 당분간 힘들 것 같다.
제조업으로 돈 벌어서 외국에서 식량 사오던 옛날 구조는 반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조그마한 땅에서 식량 생산을 기하급수로 늘릴 수는 없으니, 1차산업 발전만으론 힘들 거다.
하지만 정말 힘든 시기인 만큼,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한다. 대한민국 내에서 새로운 자원을 찾아내든, 효율성을 개선 하든, 문화 상품을 만들어 팔든 변화해야할 시기라고 본다.
정부 차원에서 해야하는 일: 실질적 최저임금을 낮출 것
여러 사람에게 욕을 먹고, 문제가 될만한 발언일지 모르겠으나, 이미 정부는 알고 있고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확신한다. 지금 한국은행에서 쌍욕을 먹어가며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는 숨겨진 이유라고 생각한다.
제조업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건, 반세계화 때문도 있지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한 몫 한다. 그렇다면 다시 실질적 최저임금을 낮춰야할 것이다. 임금이 높으니 여러 사람 고용도 못하고, 120만 대 백수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한민국은 비인적 자원이 귀하고, 인적 자원이 흔하다. 그렇기에 인건비가 높은 건 시장 경제 원칙에 다소 위배되는 증상이다. 옆나라 일본이나 중국만 봐도, 대한민국 인건비가 높다는 건 계산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다행인 점은 한국이 이것만큼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걸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다소 거만한듯한 발언을 했지만, 대놓고 "실질적 최저임금을 낮춰야해서 그래요"라고도 말 못하고,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이 더 껴있으니, 무슨 말부터 꺼내야할지, 대답하기 참 난감했겠다 싶다.
글을 쓰고 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 암담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던데, 그 구멍이 대한민국 영공에 있길 바라 본다.
'세상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연금으로 돌아보는 민주주의 (1) | 2025.03.25 |
---|---|
많이 오른 비트코인... 사도 될까? 고민 중인 이들에게 (2) | 2024.12.17 |
좋은 개발자란? (0) | 2023.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