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봄부터 금과 비트코인을 사 모으라고 친한 지인들에게 권유했었다. 나름 설득에 자신이 있었고, 그들 또한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내가 이쪽 업계에 몸담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는 했지만, 그 기간이 길어졌고, 내 자산도 고점대비 마이너스 수 천씩 나버리니, 괜히 권유했나 싶기도 했다. 돈을 잃게 되면 욕 먹기가 너무 쉽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우려야 지난 얘기이고, 결과적으론 트럼프 승리를 계기로 큰 폭으로 상승했으니,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글을 쓴다.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가격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리스크 헷지 측면에서 사두는 것이 좋다고 본다. 나는 앞으로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최소 4년 정도는 더 사 모을 시기라고 봤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아직 자금이 몰리지 않았다
2024년은 AI라는 테마 아래 거대 자본이 모였던 시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익률로 놓고 보면 마이크로스태리티지가 1위였지만. 아무튼 앞으로 몰릴 수 있는 자본을 파악한다면, 지금이 고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2024년 금ETF에 비해 비트코인ETF에 자금 유입량이 3배씩 차이가 났다지만, 여전히 덜 몰렸다고 생각한다.
아직 비트코인에 몰리지 않은 큰 자금은 다음과 같다.
- 미국의 거대기업
- 미국 액티브 펀드
- 국가 자본
미국의 거대기업
지금 아마존 등 거대 기업들은 주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포함시켜서 자금 운용/관리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배제했으나, 일부 기업은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국 액티브 펀드
나는 이 항목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줄것이라고 보고 있다. 펀드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 대표적 패시브 펀드는 ETF가 있다. 규칙 기반으로 포트폴리오가 구성되고, 아무리 좋은 호재가 있더라도 명시된 규칙대로만 자산을 구성해서 지수를 추종한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이 들어가는 상품으로, 호재가 있으면 더 매입을 하기도 하고, 악재가 있으면 더 팔거나 저점에 더 매수하기도 한다. 이 액티브 펀드에는 펀드매니저의 주관이 들어가고, 펀드매니저의 악용 여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저런 법으로 규제를 받는다.
그 규제항목 중 하나가 "포트폴리오의 리스크가 너무 큰 경우, 하락 시 펀드매니저가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건데, 핵심은 "포트폴리오 구성 비율 중 다른 포트폴리오들과 일정 비율은 유사해야, 하락 시에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태 비트코인은 규제대상이었기에, 펀드매니저들은 비트코인을 담고 싶어도 못 담았고, 대체제인 마이크로스태리티지 혹은 비트코인ETF 같은 종목을 담았을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 ETF는 올해 나온 금융상품이므로, 하락 시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리 없다(정말 그런지 알아는 봐야겠지만).
점점 비트코인ETF와 마이크로스태리티지가 메이저 종목으로 편입되고 있고,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종목으로 지정되는 순간이 온다면, 많은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은 비트코인 ETF를 사기 싫어도 약간은 담아야하는 상황이 온다. 하락 시 법적 책임을 피해야 하니까. 이 상황이 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상승이 나오게 된다. 미국의 애플 같은 주식이 PER이 20~30이 아닌 세자리 단위로 날아가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 자본
지금 비트코인을 사모으는 나라가 얼마나 되는가? 미국과 엘살바도르 정도가 끝이다. 엘살바도르는 한 때, "국가재정으로 비트코인사서 말아먹었다"는 욕을 먹었지만, 지금은 "우리가 너무 적게 사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
유의깊게 봐야하는 부분
중국,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와 산유국이 비트코인에 대해 얼마나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상승여력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산유국이 "응 우리는 비트코인 안 쓸래, 비트코인 캐시 쓸래" 혹은 "브릭스 페이로 받을게"라고 해버리면, 비트코인의 입지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비트코인으로 결제 가능한 곳은 없지만, 독주 중인 비트코인의 대체제가 생긴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위협요소이긴 하다. 이게 내가 생각한 특별한 이슈(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이다.
2. 대한민국에서는 비트코인 채굴이 정말 어렵다
리스크 관리측면에서 우리는 비트코인을 사야 한다. 부탄은 히말라야 산맥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로 공짜 전기를 생산하고, 이 전기를 인도에 파는데, 팔고 남은 전기로 비트코인을 채굴한다.
미국의 비트코인 채굴기업은 텍사스 사막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즉시 비트코인을 채굴한다. 요즘 인공지능 전력난이라 이쪽으로 납전하는 걸로 아는데, AI 데이터 센터에서 전기가 충분해진다면 남는 전기로 다시 비트코인을 채굴할 것이다.
외에도 앞으로 많은 발전소에서 남는 전기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방식으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해나갈 거라고 본다. 이는 비트코인 생태계의 신용을 크게 강화시킬 것이고, 비트코인의 가치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땅도 좁고, 에너지는 비싸다. 어차피 캘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선취함으로써 리스크 관리를 해두는 게 낫다. 극단적으로 나중에 미국이 "비트코인으로 국방비 내세요. 비트코인은 코인베이스에서 USDT로 살 수 있습니다"라고 해버린다면, 대한민국은 비트코인을 시가로 사거나, 전기를 아껴서 직접 캐서 납부하는 수밖에 없다. 이건 미국의 화폐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라,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하지만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이고, 산유국이 원유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받을 수도 있는 거다. 그렇기에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대비는 어느정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세상이 온다면, 대한민국의 에너지값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3. 왜 최소 4년은 더 모을 시기라고 보는가
미국은 재선까지 가능하기에, 재선하기 위해 초선 때 돈을 많이 푼다. 그리고 재선하면 굳이 돈을 풀 이유가 없기에, 그 동안 졌던 빚을 갚고 재무를 안정화 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트럼프는 초선이 아니라 재선이다. 안 그래도 트럼프 초선, 바이든 초선으로 두 번 돈을 풀었기에, 최소 두 번 재무를 안정시키는 시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즉, 트럼프는 돈을 푸는 것에 많은 제한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 일론 머스크가 재무 안정화를 잘 이뤄낸다면, 4년 후 초선 vs 초선 구도가 될 확률이 높기에 5년째에 다시 돈을 풀 확률이 있다. 트럼프와 바이든이 초선이라 돈을 풀었고, 이게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듯, 본격적인 상승 시기는 5년 후 정도라고 본다.
앞서 말했듯 초선을 두 번 연달아 겪었고, 그 동안 찍은 달러가 미국 건국이래 가장 많은 돈을 찍은 시기이기에, 더 오랫동안 재무 안정화 기간을 가져가야 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게 몇 년이 되든 미국은 결국 또 돈을 찍을 것이다. 나는 달러 발권 능력이 없으니, 달러로 구매가능한 자산을 미리 선취하는 게 현명한 리스크 헷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4. 진짜 부자는 당분간 비트코인을 살 수 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생각해보자. 내가 100조 부자라면 뭘 할 것인가? 1조만 은행에 넣어놔도 연이자 1% 기준으로 100억을 받는다. 은행이 아주 안전하다면, 모두 은행에 넣어두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의 위험에 대비하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은행은 모든 돈을 넣어두기엔 충분히 위험하다.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 1971년 8월 15일: 금본위제 폐지. 분명 35달러에 금 1트로이온스(약 31.1g)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이 약속을 깬 것. 내 달러 잔고는 똑같은데, 구매력이 약해진 것이다.
- 2011년 4월 12일: 대한민국도 북한에 의해 농협 DB가 크래킹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두개가 크래킹당했지만, 삼중화되어있어서 복구할 수 있었다. 별 일 없이 지나가서 다행이었지만, 만약 다 크래킹 당했다면... 정말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 2022년 6월: 러시아의 경우, 러우전쟁으로 스위스 익명계좌 자금이 동결 당했다. 심지어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복원에 쓰겠다고 선언.
이렇게 적은 사례만 봐도, 진짜 부자가 한 은행에 모든 자산을 현금으로 보관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게 충분히 설명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결국 부자는 자산을 다양한 형태로 분산해야 하는데, 분산 대상으로는 예전엔 주식, 차, 금현물, 부동산, 외화, 엑세서리 등이 있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자산들은 모두 비슷한 리스크가 있다. 주식 역시 해킹이나 국가 기관의 강제 압류(대한민국이야 자산 압류가 그렇게 흔하지는 않지만, 중국, 일본 등 정부 권력이 막강하고, 정부 주도 하에 자산을 압류한 이력이 많을수록 방어하고 싶은 리스크일 것)에 취약하고 나머지는 휴대성 한계, 공간적 제약 등의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진짜 부자들은 정부 주도 하에 압류가 어렵고, 휴대성은 좋으면서, 공간적 제약도 없고, 세계적 신뢰도가 있는 비트코인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다.
5. 세계 정세가 혼란하다
전쟁 등이 일어날 때 마다 물가는 폭등한다. 식량, 원자재 등이야 당연한 것이고, 화폐 가치가 떨어질 것까지 선반영 된다. 역사적으로 항상 전쟁을 치를 때마다, 돈을 찍어서 전쟁 비용을 지불해왔기 때문이다. 영국의 파운드가 기축통화 지위를 잃은 것도 이 때문이고, 미국의 금본위제가 폐지된 배경도 동일하다.
아시아권 정세가 많이 불안정한데, 이게 곧 화폐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 쉽다. 나에게도 발권 능력이 있다면, 화폐를 발행해서 쓰겠지만, 아쉽게도 내가 발행하면 위조지폐가 되고, 처벌 받는다. 그렇다면 그냥 미리 자원을 선점해두는 게 똑똑한 선택일 것이다. 어차피 발권 능력이 있는 사람은 가격이 얼마든 지불할 수 있으니까, 비싸게 사간다.
근데 원자재는 보관 비용이 크다. 나는 작은 창고 하나 없기에,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저장해야하는데, 그 수단으로 비트코인만한 게 없다. 재밌는 건 부자라고 크게 다르지도 않다. 부자는 더 많은 공간이 있겠지만, 지켜야할 자산도 더 많기 때문에 결국 부자들도 비트코인을 선택하게 된다.
비트코인 장기 투자 시, 항상 고려해야 하는 리스크
앞서 말한 비트코인 대체제 등장 리스크(산유국, 브릭스 페이 리스크) 외 다른 리스크들이 있긴 하다. 다음과 같은 사건이 발생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비중 조절에 들어갈 거다.
- 미국과 절대 다수의 국가가 비트코인을 없애기로 작정하고 규제한다
- 많은 국가가 테이퍼링을 진행한다
-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거나, 양자컴퓨터가 대중화된다
- 태양 폭풍 등 EMP(전자기 펄스)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단절 리스크가 커진다
- 지구 상에서 인터넷이 15분 이상 갑자기 사라지거나, 단절될 가능성이 생긴다
- 내가 에너지 생산능력(발전소 등)을 보유하게 된다(이건 리스크는 아니고, 리스크 관리 수단이 하나 추가된 것이기에 비중 조절을 해도 괜찮아 보여서 넣었다. 비트코인 매입이 아니더라도, 비트코인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생기는 것이니)
여담
공교롭게도 미국 대선 4년이란 사이클은 비트코인 반감기랑 맞물린다. 내 생각엔 반감기 때문에 상승한 게 아니라, 미국이 돈을 찍어내니까 상승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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